travels/유럽, 2006

마드리드에서 고야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06/04/28-30

피아*졸라 2007. 11. 6. 01:51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일정, 마드리드. 솔직히 기대도 안했다. 대부분의 배낭여행객이 바르셀로나에서 바로 파리로 이동해 마드리드에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그 얼마안되는 정보 중에 좋은 평가는 드물었다. 사실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냥 스쳐가기에는 아쉬운 무언가가 있다. 고작 2박해놓고 이런 평가 내리는 것이 우습지만...
 
중부 스페인의 청명한 봄날 하늘

 여하튼, 코르도바에서 상대적으로 싼 버스로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드리드, 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Sol역 근처에 가서 방을 알아보니 다섯 시가 훌쩍 넘었다. 고시원같은 방을 어이없어하며 짐풀고 밖에 나와 주변을 어슬렁, KFC에서 닭으로 저녁 때우고 근처의 널찍한 Plaza Mayor를 걷다가 마트에서 과일과 음료수 사고 irish pub에 들어가 기네스 한잔씩. 유럽에서 먹어본 가장 맛없는 기네스였다. 밖을 다시 어슬렁거리는데 집시 소녀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할 뻔 했다. 여자애 둘이 지도를 펼치면서 내 가방을 노린 것, 수상하게 여긴 경민이 째려보니까 땅에 떨어져 있었다며 내 가방 앞주머니에서 빼낸 것을 돌려준다. 고작 렌즈 필터.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당하는군, 생생 체험.

 다음 날은 Toledo 가는 날, 하지만 역에 가보니 표가 없다. 4월말의 스페인은 이미 시즌인가보다. 슬퍼하며 쓸쓸히 발걸음을 돌리는 우리 둘. 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왕궁이나 공원대신 미술관 선택. 망연하게 길을 걷다 Museo Thyssen-Bornemisza를 발견하고는 별 생각없이 들어간 듯. 개인 가문 컬렉션을 스페인 정부에서 싸게 매입해서 미술관을 꾸렸다는데, 유럽의 이름있는 화가들의 작품은 다 있는 듯하다. 유명한 작품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최대한 서둘러서 봤는데도 세시간 남짓 걸린 듯. 한낮의 뜨거운 햇살 맞으며 걷다가 다시 토요일 무료인 Centro de Arte Reina Sofia에 들러 저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봤다. 그외 미로와 달리의 작품들도 감상. 한가지 문제라면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녀 정신이 없었다는 것. 김수자라는 분의 전시회도 안내문에 있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다음 특별전이었던 듯. 외국에서 우리나라 예술인 전시회를 보려하다니...

 미술관을 나와서는 관광객들 안다니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왜 그랬을까. 더이상 못걷겠다 싶을 때까지 걷고는 숙소에 돌아와 근처에서 저녁을. Museo del Jamon인데 이름에 걸맞지않게 - 하몽(햄) 박물관, 풋...- 맛이 없었다. 관광객들만 바글바글. 역시 싸면서 맛있는 곳은 중심에서 조금 빗겨있는 듯 하다. 그리고는 밤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열시, 라이브 재즈 공연을 한다는 Cafe Populart로 찾아갔다. 밴드 공연하는 바로 옆자리에 앉았고 시간이 조금 흐르니 자리가 꽉찬다. 입장료가 없이 음료수만 조금 비싼 값에 주문하면 되는 것이 장점. 즐겁게 연주에 취해 술에 취해 한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다른 가게에서 이차, 자정이 넘어서야 숙소에 돌아왔다. 아, 서울에서 노는 듯한, 묘한 동질감! 단지 여기는 와인이 더 싸고 맛있다는 것.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은 Museo del Prado가 공짜. 우리와 같은 의도를 가진 이들이 많이 줄섰지만 의외로 빨리 입장. 마드리드의 미술관들은 건물 자체가 예술, 여기도 멋진 건물에 굉장한 작품들 가득, 특히 처음 보는 고야의 후기작들 -black paintings라고 불리는 어둡고 암울한 색채와 내용이 담긴-은 한바퀴 돌고 다시 와서 또 볼만큼 감동적이었다. 벨라스케스와 엘 그레코도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이 모두가 공짜였습니다, 게다가 단체손님도 안받았답니다~~~ 이러고나서 바보 짓을 한 우리, 배낭을 짊어지고 Sol까지 걸어갔던 것. 오직 버거킹 햄버거 하나 더 행사를 위해서. 이렇게 미술관과 정크푸드로 점철된 마드리드를 뒤로하고 파리행 저가항공을 타고 다음 목적지 파리로. Adios Espana, 담엔 넉넉하게 다녀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