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유럽, 2006

아말피 해안, 뜨거운 햇살에 녹아내렸다. 2006/04/02

피아*졸라 2009. 8. 8. 17:28

 오늘은 아말피 해안 가는 날. 전날 폼페이 갈 때 탔던 기차를 타고 소렌토에서 내려 다시 아말피행 버스를 탄다. 버스 시간이 남아 마을로 조금 내려가 1유로짜리 카푸치노를 급히 샀다. 이 조그만 도시의 커피도 역시나 맛있다. 소렌토를 벗어나니 구불구불 왕복 2차선. 바다 쪽을 보고 있자면 잠깐 실수로 수십미터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할 것 같은 긴장감에 굴곡으로 얻어지는 어질어질함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참 대단한 길이다.
 한시간 안되게 달려 도착한 포지타노. 절벽을 따라 건설된 도시, 한치의 공간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 이곳에 살면서 오르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듯. 4월인데도 뜨거운 햇살, 바닷가 모래밭에서는 이미 일광욕을 하고 있다. 근처에서 화덕에 굽는 피자를 사서 바다 구경하며 먹었다. 별 들어간 것이 없는데도 맛있다. 느긋하게 골목 사이로 움직이면서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 구경. 정말 평화로운 곳이다. 가보지 않고는 이곳의 정취를 느끼기 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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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올라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일요일이어서 버스가 적게 운행된다. 그래도 기다리는 것이 그리 지루하진 않다. 다시 버스에 타 아말피로. 가는 길은 더 험해졌지만 경민은 옆에서 쿨쿨 잘도 잔다. 아말피에 내려 돌아오는 버스 시간 확인하고 시내 구경. 여기도 작은 골목들이 계속 뻗어나간다. 도시 자체는 포지타노가 더 예쁜 듯. San't Andrea Cathedral 구경하고 그 앞 계단에 앉아 뒹굴 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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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속에 있다는 라벨로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초만원 미니버스. 구불구불 오르막길로 올라가 산 중턱에 내려준다. 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다는데, 바그너가 살았다고 하고 그 때문인지 여름에 음악 축제도 열린다고. 정말 작고 예쁜 곳이다. 가운데 작은 광장이 있고 그곳에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고 있고 그 옆에 특산물을 파는 장이 서있다. 독한 술 시음하고, 치즈랑 말린 돼지고기도 먹어보고, 스페인의 하몽과 비슷한 돼지고기를 조금 샀다. 여기도 온통 좁은 골목들, 그곳을 천천히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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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내려갈까 하여 버스정류장에 가는데, 저 앞에 버스가 떠난다. 가서 보니 원래 출발시간보다 15분 이르다.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막차 시간 확인하고 시간이 남아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간단히 요기하고 다시 막차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안온다. 해는 져서 멀리 아래에 도로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고 아말피 출발 버스 시간도 얼마 안남아 심장이 콩당콩당 뛴다. 밤기차로 시칠리아 가야 하는데... 표를 파는 담배가게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처음엔 있다고 하더니 나중엔 모르겠다, 미안하단 말만 한다. 허망한 기분. 우리와 같은 처지인 영국인 커플들, 같이 택시타고 내려가자고. 25유로 달라는데 그네들이 15유로 내겠다고, 고맙게도. 아말피에 내려와 여행 잘하라고 서로 기원해주고 버스정류장에 가는데, 이미 버스가 모두 끊겼다. 갇혀버린 것이다. 담배가게 아줌마에게 '싼' 숙소 없는지 물어보니 그 아들 친구가 자기를 따라오란다.성당 옆 호텔로 가서 같이 흥정해준다. 90유로 부르는 걸 깎아서 70유로에 아침까지 하기로. 너무 고마워서 다시 가게에 가서 맥주 사줬다. 우리에게 과분한 숙소, 라벨로에서 산 고기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신 후 그나마 다행이라고 즐거워 하며 편히 잤다. 아, 이탈리아. 사람을 낙관주의자로 만드는 곳.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