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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보고 오다.
피아*졸라
2008. 4. 17. 02:02
당직 일 하고 집에 들어와 졸린 눈을 비비며 경민과 다녀왔다.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에서 상영하는 '아비정전'. 늦게 도착해서 처음 십분 가량을 놓쳤다. 의자가 삐걱거려 영화를 보고 있던 몇 분 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영화보다가는 심한 졸음때문에 화면에 촛점이 맞지않기도 했다. 영화보다는 수면부족 때문에.
1990년 작, 처음 영화를 본게 1995년 이었던가. 제일 처음 본 왕가위 영화가 '중경삼림'이었고, '타락천사'를 극장에서 마저 보고 '동사서독'을 비디오로 빌려 보고 나서 보았으니 상당한 재평가가 이뤄진 후 보았던 것. 하지만 왜인지 이야기가 정서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덕분에 다시 봐도 새로워서 잠을 이겨내고 볼 수 있을 수 있었겠다.
옆에선 경민이 피곤하면 자라고 꼬드기지만 잠과의 힘든 사투를 이겨내고 화면에 집중하는 나, 영화를 보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참 좋은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 함께 하고자 하는 욕심에 사랑을 잃어버리는 사람, 영악한 만남을 시작하지만 결국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에 빠지는 사람, 헛된 인사말에 스스로 얽매이는 사람. 어긋난 만남에 대해 큰 붓으로 쓰윽 그려내는 모양새다. 영화 내내 서로 눈을 마주치는 모습을 볼 수가 없구나. 자기애가 부족하기에 사랑을 주지 못하고 얕은 이성관계만 유지하려는 아비, 한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생모를 찾아 거절당한 후 자기파괴적 행동을 보이는 아비, 죽기 위해 생애 단 한번 지상에 내려오는 새가 아닌 처음부터 죽어있었던 새였던 아비. 다시 생각해 보면 20대초반의 내 속 어딘가에 아비의 모습이 숨어 있어서 그 껄끄러움에 이 영화를 기억에서 지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도 없는 골목을 촬영하고, 아무도 받지 않는 공중전화박스를 보여주고, 기차 밖의 풍경을 스쳐 지나가는 시선. 맘보 춤을 추는 장국영도 멋있지만, 뭔가 막막함을 느끼게 하는 어두운 화면과 비어 있는 장면들이 잘 다가온다. 물론 경민 말마따나 삼십대를 훌쩍 넘긴 적당히 평화로운 우리가 공감은 할 수 있을지언정 동화는 불가능하겠지만...
아, '동사서독'도 다시 봐야겠다.
1990년 작, 처음 영화를 본게 1995년 이었던가. 제일 처음 본 왕가위 영화가 '중경삼림'이었고, '타락천사'를 극장에서 마저 보고 '동사서독'을 비디오로 빌려 보고 나서 보았으니 상당한 재평가가 이뤄진 후 보았던 것. 하지만 왜인지 이야기가 정서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덕분에 다시 봐도 새로워서 잠을 이겨내고 볼 수 있을 수 있었겠다.
옆에선 경민이 피곤하면 자라고 꼬드기지만 잠과의 힘든 사투를 이겨내고 화면에 집중하는 나, 영화를 보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참 좋은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 함께 하고자 하는 욕심에 사랑을 잃어버리는 사람, 영악한 만남을 시작하지만 결국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에 빠지는 사람, 헛된 인사말에 스스로 얽매이는 사람. 어긋난 만남에 대해 큰 붓으로 쓰윽 그려내는 모양새다. 영화 내내 서로 눈을 마주치는 모습을 볼 수가 없구나. 자기애가 부족하기에 사랑을 주지 못하고 얕은 이성관계만 유지하려는 아비, 한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생모를 찾아 거절당한 후 자기파괴적 행동을 보이는 아비, 죽기 위해 생애 단 한번 지상에 내려오는 새가 아닌 처음부터 죽어있었던 새였던 아비. 다시 생각해 보면 20대초반의 내 속 어딘가에 아비의 모습이 숨어 있어서 그 껄끄러움에 이 영화를 기억에서 지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도 없는 골목을 촬영하고, 아무도 받지 않는 공중전화박스를 보여주고, 기차 밖의 풍경을 스쳐 지나가는 시선. 맘보 춤을 추는 장국영도 멋있지만, 뭔가 막막함을 느끼게 하는 어두운 화면과 비어 있는 장면들이 잘 다가온다. 물론 경민 말마따나 삼십대를 훌쩍 넘긴 적당히 평화로운 우리가 공감은 할 수 있을지언정 동화는 불가능하겠지만...
아, '동사서독'도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