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유럽, 2006

열정의 도시에서 길을 잃었다, Seville, Spain. 06/04/25

피아*졸라 2007. 8. 26. 21:57

 그라나다에서 버스로 세비야로 이동했다. 세비야는 축제기간이었고 실망 반, 즐거움 반이었다.
 흔히들 그렇겠지만 유럽엔 바가지 요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성수기 가격이 따로 있고  축제 기간의 숙박 요금은 몇배로 치솟는다. 하필 우리가 세비야에 도착했을 때 Feria de Abril이 한창이었다. 부활절이 끝난 후 진중한 마음을 풀어 화려한 옷을 입고 담소를 나누고 마시고 춤추면서 노니는 것. 원래 알아봤던 숙소는 평상시 가격의 두배를 불렀고 거리의 온도계가 35도를 가리키는 한낮에 우리는 다른 숙소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젠장. 그 상황에서 경민과 싸우기까지. 여행자 안내소로 가서 정보를 얻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유스 호스텔에 머무르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축제가 열리는 광장을 향한다. 길찾기는 무척 쉬웠다. 모든 여자들이 이동하는 방향으로만 걸어가면 되니까. 각각의 방에 개별 모임으로 축제를 즐긴다. 입구에 보면 초대장을 확인하는 문지기들이 서 있다. 론리에 보면 공개된 방도 있다는데, 우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냥 걸어다니면서 눈요기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구시가로 걸어가서 좋아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 기억나지 않은 것을 보니 맛은 변변찮았던 듯 - 구시가 산책. 아무렇게나 나 있는 작은 골목들이 참 맘에 든다. 가끔 골목이 넓어지며 작은 정원같은 공원이 보이기도 한다. 이쪽 저쪽으로 다니다 아까 걸었던 길을 슬쩍 스쳐 지나듯 걸어다니며 오손도손 대화. 어둑해질 무렵에는 작은 타파스 바에 들러 바에 앉아 -바 위에 하몽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작은 접시 요리에 와인. 새우 구이와 Solomillo con Baco라는 것을 먹었는데 돼지 목살에 베이컨을 말은 것으로 둘다 상당히 근사했다.

  밤이 되어 숙소로 가는데 스페인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비교적 안전한 듯 하다. 밤에 취해 숙소로 걸어가는데, 길을 잘못들었다. 낯선 곳이 나오는데 유스호스텔 이름과 주소를 보여주며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한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조금씩 막막해진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여러모로 고생을 한 하루였다. 축제 기간의 바가지 요금을 겪어 맘이 많이 상해있는 상태였고 빨리 세비야를 떠나고 싶어했는데,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은 Alcazar 관람. 원래 무어인들의 성채였던 건물을 기독교 군주들이 사용, 증축에 증축을 거듭했다 한다. 그래서 건물 전체적인 통일성은 떨어지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무척 아름답다. 게다가 건물 안은 세비야의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딱 좋다. 널찍한 정원까지 보고 나오니 시간이 부족해서 대성당 구경은 포기, 아쉽기도 하지만 사연많은 이 도시를 떠나 시원하기도 하다. 기차보다 싼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 Cordoba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