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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버스 종점이 보인다.

피아*졸라 2008. 12. 17. 20:58
 지금 있는 8층 당직실 창문으로 내다 보면 959번 종점이 보인다. 일산을 구비구비 돌아 김포대학까지 가는 버스인데, 지나는 것을 보고 있자면 형제 버스인 960번이 -여기까지 오진 않지만- 떠오르고, 작년 석모도 갈 때 그 버스를 타고 갔던 것을 생각한다. 과부하가 걸릴 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무작정 버스를 타고 포구에 다녀오고 싶단 금단의 생각이 뇌를 스물스물 잠식해온다.
 주변 누군가는 내가 방랑자의 별의 기운을 타고났다고 얘기하는데,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것보다는 방학 때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에 내려가서 할아버자, 할머니의 사랑을 받지만 농사일로 바빠서 충분히 보살핌받지 못한 아이의 서글픈 외로움과 젊은 나이에 마음까지 얼어붙는 추위와 쉽게 채워지지 않는 공복에 시달리면서 운나쁘면 한 번의 근무시간 때 두대의 서울행 시외버스를 봐야 했던 굶주린 젊은 마음이 어우러져서... 그래서? 난 지금 잘 살고 있다.
 갈대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누가 뭐라 할쏘냐. 한달간 제대로 밖에 못나가서 그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