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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들
피아*졸라
2008. 1. 9. 21:32
<인턴X>, 인턴의 생활을 속속들이 밝혀 화제가 되었다는 책이라는데 읽어보니 상당히 재미있다. '그레이 아나토미'보다 더 극적인 에피소드들이 많다. 대부분이 내가 겪었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40년 전의 미국 인턴이 온갖 잡일만 하는 현재 우리나라 인턴의 경우보다 낫다 느낀다. 어쨋거나 그쪽은 주치의 일이라도 하지. 어쨋거나 의사는 환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하고, 자신의 진단이나 치료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아무도 그런 환경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의료사회주의자들조차... 내 경우, 보라매 병원 응급실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보호자 한마디 '나라면 그렇게 안살겠어요'. 그 보호자는 의사가 그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 의료사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알고 말했으려나.
<채식주의자>, 한강의 새소설. '내남자의 열매'의 속편 격이라 해서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더라. 전작에서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않은 자의 고통, 손대볼 여지를 주지 않고 어찌할 수 없이 흘러가는 파멸 혹은 승화, 그 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아련한 슬픔...에 조용히 묻혀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광기에 파멸에 이르는 과정에 직접 맞닥뜨리라고 강요당하는 느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이 '여수의 사랑'부터 시작된 한강의 소설들 전반에 흐르는 정서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 싶다.
<침이 고인다>, 완전 낚였다. 젊은 작가라 해서 기대했던- 사실 아무 근거도 없는 생각이지만- 세련된 문체, 새로운 시도, 근사한 도회 생활같은 것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구질구질한 서글픈 일상사가 표현될 뿐이다. 여러모로 처절한 상황이 헛웃음도 쉽게 나오지 않게 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눈을 감게 만드는? 읽다 보니 요즘 우울했던 상황이 많이 희석된 듯 하다. 이책의 가장 큰 미덕...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뇌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보고서. 의사가 썼다고 보기 힘들어 보이는 감수성으로, 소설보다 더 허구적인 환자들에 대해 기술한 책. 여름에 사놓고는 이제야 읽었다. 상당히 읽기 편한 책.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지식의 수준은 그리 녹녹치 않다. 원래 신경학이란 학문 자체가 꽤나 난해한 분야. 가장 좋았던(?) 부분은 회상과 기능의 항진, 그리고 측두엽 간질. 환자에 대한 존엄과 존중을 잊지 않는 지은이의 자세에 갈채를...
<빛의 제국>. '검은 꽃' 이후 두번째 읽은 김영하씨의 소설. 당직 서면서 그날 다 읽었다. 참으로 대단한 친절한 작가이다. 이렇게 읽기 쉽게 소설을 쓰다니. 줄이 끊긴 남파간첩의 마지막 하루라니... 스파이 게임 자체의 구성은 많이 떨어진다는 게 내 생각. 하지만 필사적으로 적응을 해야하는 이방인의 눈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우리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더 중요한 듯. 앞으로 이 작가의 책 몇 권은 더 읽을 듯 하다.
<채식주의자>, 한강의 새소설. '내남자의 열매'의 속편 격이라 해서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더라. 전작에서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않은 자의 고통, 손대볼 여지를 주지 않고 어찌할 수 없이 흘러가는 파멸 혹은 승화, 그 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아련한 슬픔...에 조용히 묻혀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광기에 파멸에 이르는 과정에 직접 맞닥뜨리라고 강요당하는 느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이 '여수의 사랑'부터 시작된 한강의 소설들 전반에 흐르는 정서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 싶다.
<침이 고인다>, 완전 낚였다. 젊은 작가라 해서 기대했던- 사실 아무 근거도 없는 생각이지만- 세련된 문체, 새로운 시도, 근사한 도회 생활같은 것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구질구질한 서글픈 일상사가 표현될 뿐이다. 여러모로 처절한 상황이 헛웃음도 쉽게 나오지 않게 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눈을 감게 만드는? 읽다 보니 요즘 우울했던 상황이 많이 희석된 듯 하다. 이책의 가장 큰 미덕...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뇌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보고서. 의사가 썼다고 보기 힘들어 보이는 감수성으로, 소설보다 더 허구적인 환자들에 대해 기술한 책. 여름에 사놓고는 이제야 읽었다. 상당히 읽기 편한 책.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지식의 수준은 그리 녹녹치 않다. 원래 신경학이란 학문 자체가 꽤나 난해한 분야. 가장 좋았던(?) 부분은 회상과 기능의 항진, 그리고 측두엽 간질. 환자에 대한 존엄과 존중을 잊지 않는 지은이의 자세에 갈채를...
<빛의 제국>. '검은 꽃' 이후 두번째 읽은 김영하씨의 소설. 당직 서면서 그날 다 읽었다. 참으로 대단한 친절한 작가이다. 이렇게 읽기 쉽게 소설을 쓰다니. 줄이 끊긴 남파간첩의 마지막 하루라니... 스파이 게임 자체의 구성은 많이 떨어진다는 게 내 생각. 하지만 필사적으로 적응을 해야하는 이방인의 눈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우리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더 중요한 듯. 앞으로 이 작가의 책 몇 권은 더 읽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