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유럽, 2006

말타, 둘째 날, 2006/04/06

피아*졸라 2009. 9. 1. 01:24

 우리가 머무른 숙소에서는 아침을 준다. 당연히 빵으로. 딱히 맛있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 절약에는 큰 도움이 된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성요한성당 근처에 위치한 고고학박물관으로. 아주 자그마한 건물인데 고고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굴품 중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 이른바 '말타의 비너스', 뚱뚱이 토우인데 다산과 풍요의 여신이란다.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얻는다고. 위층에선 중국 인형전, 참 좁은 세상이다. 점심 식사는 완전 실패. 홈메이드 파스타는 집에서 빚은 만두, 라비올리였는데 연어 속에 느끼하고 거북한 크림소스. 치즈케잌도 우리가 알던 게 아니었다. 젠장, 여기는 이탈리아가 아니었지.

0123
 
012345

 자 이번에는 중세의 몰타를 느껴 보자. 섬 한가운데 있는 Mdina,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져 지금은 중세 성채 모양의,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잿빛 성채, 수교를 건너 들어가 중요해 보이지 않는 박물관을 스쳐서 미로같은 골목을 거닐고 작은 예배당을 구경하고 오래된 비틀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노닥거리고 싶어하고 지나가는 마차를 쳐다본다. 입장료가 없고 북적이지 않고 심하게 호객하지도 않는다. 몇백 년 전에도 비슷한 모습이었을 테고 아마 수십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풍경이겠지.

01234
0123

 다시 버스를 타고 몇 킬로미터 더 가 Dingli cliff로. 흙먼지 날리는 길을 걸어가면 나오는 해안 절벽. 4월 초임에도 무척 더웠고 한낮의 태양 아래에선 오래 걸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담한 예배당 앞, 작은 노점에서 오렌지를 사서 까먹고는 예배당이 만드는 그림자로 숨어든다. 단조로운 품경, 느긋한 마음.

0123

 슬슬 삼십분 정도를 걸어서 cart ruts를 찾는다. 이정표도 없는 길을 지나면서도 참 잘도 찾아낸다. 별것 아니다. 뭐에 의해선지 모를 두줄의 선이 울퉁불퉁 깔려있는 작은 바윗돌 위를 관통하는 것, 말그대로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가 흙바닥에 흔적을 남기듯이. 고대의 미스테리일세. 뭐, 우리말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무덤덤하게 조금 신기하다 느끼는 정도? 사실 경민에게 대단할거야 설레발을 쳐댔는데... 다시 시골길을 걸어 무사히 버스정류장을 찾아 다시 발레타로.

012

 우리가 본 유일한 마트에서 -편의점급- 하이네켄 맥주에 소시지를 먹고 이곳 사람들처럼 일찍 잤다. 여기는 인구밀도 최고 말타인 것이다.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