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을-인왕산-부암동, 09/30

2009. 10. 1. 00:24travels/대한민국 이곳저곳

 머리 정리할 겸, 사진찍을 겸, 새로 산 운동화 확인할 겸 해서 인왕산에 들렀다. 홍제역에서 7번 마을 버스를 타고 개미 마을로 향했다. 중간에 내려 슬슬 올라가기로. 내리자 마자 고양이가 깜짝 놀라서 달아난다. 개미마을에서 부암동까지 고양이를 예닐곱 번은 본 것 같다. 전형적인 달동네 마을, 지난 몇년간 엄청나게 갈아엎어서 지금은 서울에서 보기 드물어진. 오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그냥 거닐면서 잠깐 돌아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살아가기에는 많이 힘든 곳이 아닐까. 지금은 그나마 꼭대기까지 마을버스가 다니지만 몇년 전 마을 버스가 없던 시절, 몇십년 전 연탄을 땔감으로 쓰던 시절에는 정말 힘들게 추운 겨울을 나곤 했겠지. 사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변화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개인의 삶과 만족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이상한 나라.
 사진 왜 찍냐고 묻는 어르신, 재개발이 어찌 될 지 묻는다.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저 잘되기만 바라고 있겠습니다. 인왕산으로 막혀 있는 집, 예쁜 텃밭이 가꿔져 있다. 슬쩍 지나가는 고양이를 따라 한걸음 더 나서니 자그마한 문으로 할머니 나오시더니 빨래거리를 양동이에 넣는다. 표정이 참 맑다, 평화로운 햇살에 마음이 느슨해진다.
 얼마 전에 학생들이 와서 벽화를 그렸단다. 예쁜 꽃그림이 진짜 꽃과 잘 어울린다. 골목에 들어섰다 큰길로 나왔다가 계단을 오르다가 다시 나무 전봇대를 끼고 꽃이 만발한 흙길을 따라 내려온다. 맨 위 무허가 건물들은 다 헐리고 공원 공사를 한단다. 거기 살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작은 구멍가게에서 음료수를 두개 사서 하나는 바로 마시고 하나는 나중을 위해 비축.
 약수터 길로 올라가 중간에 작은 오솔길로 들어가 인왕산 능선으로 올라간다. 시원한 바람이 확 밀려오고. 아무도 없다. 혼자 가방에 기대 몸을 눕히고 빈둥빈둥. 다시 서울성곽 쪽으로 향하고, 기차바위를 지나 서울성곽 바로 앞에서 다시 오던 길로 돌아와 부암동으로. 부암동도 평화롭구나. 마지막은 '드립'에서 커피 두 잔.
 머리는 여전히 복잡했지만 잠시 잊었고, 사진은 그럭저럭 찍어댔고, 신발은 참으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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