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에서 낙산공원에, 6/6
2007. 7. 10. 08:23ㆍphotos
당직 일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단한 출사. 사실 피곤함보다는 중간에 찾아오는 허기가 더 큰 문제, 낙산공원 올라가다 저혈당에 빠져 교감신경계 항진의 신호가 팍팍 오더라. 성대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지금은 망한 극장쪽으로 해서 KFC 옆으로 진행, 2년 전 서울대병원 다닐 때 찍었던 길이다. 내가 쪼그마했던 예전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많이 들어서 있다. 하긴 서울에 그런 곳이 한둘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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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 예전 이모 사시던 골목으로 들어가 본다. 그때는 골목 끝에 낙산 바위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통해 바위산을 오르내렸는데 지금 보니 잘 모르겠다. 이미 이십 년의 간극이 있으니... 골목에 들어가면서 사진을 찍고 있자니 지나가던 아주머니 '골목 참 예쁘지?'라면서 이곳 토박이라고. 자기 사는 곳에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는 분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이상한 눈초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갑자기 등장한 고양이를 따라 가기도 하고 좁은 골목만 골라 가다보니 여기는 고도가 높지 않은 달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집도 집이지만 여기 저기 있는 가내 봉제공장을 보니 가난의 물결이 스멀스멀 흘러 넘친다. 그럼에도 예쁘게 잘해놓은 집들이 참 많다.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말이 얼마나 신기루에 가까운지 알고는 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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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에서 어지러움과 욕지기를 간신히 이겨내고 성벽까지 올라가 2년 전 멍멍이가 두번의 여름을 잘 넘겼음을 확인하고, 마을버스 종점에서 음료수를 사 먹고 약간의 에너지 충전, 다시 성벽을 따라 내려간다. 골목골목마다 피어있는 꽃들. 거리 미술로 계단에 그려놓은 꽃들. 그냥 걸어다녀도 기분이 좋을 골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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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박, 가게 앞에 앉아 있는 할머니 사진을 몰래 찍다 걸렸다. 지팡이를 던지며 흥분하신다. 도망갈까 하다 지팡이 가져다 주며 사과. 사진찍다 걸린 경우가 나 뿐만 아니었나 보다, 온갓 사람들에 대한 욕이 나온다. 무조건 내가 잘못을 했으니 할말이 없지만, 과연 대한민국에서 사진찍겠다 하면 순순히 응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사진 처음 시작하던 때도 도촬, 좋게 얘기하면 캔디드 샷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해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뭐, 제일 좋은 방법은 외국에 나가서만 인물이 들어간 사진을 찍고 우리나라에서는 지인 및 가족사진, 풍경사진에만 전념하는 것이지 - 적어도 내가 다녔던 곳에서는 사진 촬영에 굉장히 관대했다 혹은 무관심했다. 요즘엔 특정 지역에 떼로 몰려 여성 신체 일부분을 찍는 진상들이 출몰한다는데 이것도 문제다. 아무튼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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