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etc...(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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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 안탈랴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큰 도시, 하지만 번잡하지 않고 -일단 구시가만 본다면- 볼거리가 많은 곳. 이 근처는 유적이 발로 차인다 할 정도로 많다. 지금 살기 좋은데 예전이라고 달랐겠는가? 축복받은 곳이다. 가장 멋진 것은 버킷(빠께쓰)를 들고 트램 종점에 내려 조금 걸어가면 만나는 멋진 백사장에서 즐거운 낮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주민들을 보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부부 인연의 끈인 공룡 형도 만나고. 처음에 올림포스에 들렀는데, 뭔가 내가 생각한 분위기가 아니다. 느긋한 분위기의 장기 휴양객들로 붐비는 모양새.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있기엔 뭔가 맞지 않다는 느낌에 발걸음을 돌렸는데, 입구에 그런 생각을 가진 자매를 만났다. 택시를 대절해서 유적지를 돌았다. '테르메소스'..
2010.10.19 -
200308, 아나무르
넴룻을 보고 내려와 각자의 길을 떠나고, 난 혼자 정처없이 남쪽으로. 갑자기 시리아에 들르겠단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결정을 내리고 시행하려 했지만, 산르 울파라는 도시에서 좌절. 너무나 더웠다. 잠을 못 이룰 정도, 샤워기를 틀면 무조건 뜨거운 물이 나올 정도로. 그래서 아침 일찍 조용히 떠났다. 지중해 쪽으로. 지도 보고 목적지 정해서 대충 탄 버스에서 내 여행 최대, 아니 내 인생 최대의 순간을 경험하는데... 터키 여학생이 내 옆에 앉아가다가 - 이슬람 국가라 웬만해선 이성과 붙어 앉지 않는다- 나에게 눈이 예쁘다고. 헐... 두고두고 자랑삼아 얘기한다. 돌아오는 반응은 뻔하지만.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고 터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아나무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2010.10.19 -
200308, 말라티아/넴룻산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떠난 넴룻산. 말썽 많은 야간 버스를 타고 떠났다. 우리에게 자리가 없는 좌석을 파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것. 버스 타고나서야 그 사실을 알고 항의를 하는데, 좌석 앉은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서 어찌어찌 앉아 갔다. 내릴 때는 어딘지 모를 외곽에 내려주었고. 다행히 멀지않은 거리여서 투어 사무실에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정오까지 공원 근처에서 빈둥빈둥, 재래시장 구경하며 말린 살구와 생 살구와 토마토를 사서 가면서 먹고 넴룻산 올라가서 먹고. 론리에 쓰인 'Apricot capital'이라는 표현대로 싸고 맛있다. 도시 자체도 평화로운, 사람들은 호기심 많은 작은 소도시. 시간이 되어 미니버스를 타고 넴룻산에 오른다. 세시간이나 걸려서. 유적 바로 아래 있는 작은 호텔..
2010.10.19 -
200408, 아유타야, 태국.
대학 마지막 방학에 다녀온 태국, 앙코르왓 여행. 15일 일정에 항공료와 여행 경비 다 합쳐서 70만원 정도 들었던 아주 저렴한 여행.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그네들 먹는 음식 먹으니 참 싸단 느낌. 그때는 젊고 돈은 없었고 여행은 무지 하고 싶었지. 방콕 돈무앙 공항 앞에 기차역이 있어서 바로 기차 타고 갔던 아유타야. 안좋았던 기억, 람부탄을 사서 먹다가 숙소에 남겨 놓으니 개미가 득시글. 게스트하우스 침대에 벼룩이 살아서 날 물고는 내 몸으로 옮겨 와서 한참을 고생했다. 도시는 작고 조용했고 유적들은 여기저기, 자전거 빌려 타고 단체 관광객들 없는 오전에 여유롭게 돌아다녔다. 평화로웠던 옛 수도.
2010.10.07 -
200307, 카파도키아, 터키.
하투샤에서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끼고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기던 곳. 하늘 아래 이런 곳은 여기 뿐이라는 느낌의 장소. 비와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건축물들. 황량해 보이지만 비옥한 땅. 인간의 작품은 이 땅위에서 아주 드물고 보잘것 없었다. 지하로 끝없이 뻗은 데린쿠유같은 지하도시 빼고는. 간단히 말하자면 must see~ 투어도 좋지만 그냥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끝없이 뻗은 길을 가다보면 길을 잃기 쉽상이지만, 그것 또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낮에는 사람들과 걷고 같이 투어하고 밤에는 닭도리탕을 해먹는 여행 온 사람들도 평화로움에 잠식되는 그 곳. 황량해 보이지만 비옥한 땅 Fairy chimney, 혹은 버섯 바위. 으흘라라(Ihlara) 계곡, 투어로 다녀왔다. 계곡 위가..
2010.07.27 -
200307, 하투샤, 터키.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는, 가서도 다른 관광객을 만나지 못한 곳. 터키 아나톨리아에 기반을 둔 대제국 히타이트의 수도였다. 제국이 무너진 후 완전히 잊혀져 있다가 19세기에 발견되어 20세기에 그 전모가 드러난 잊혀진 왕국, 터키에 관한 책을 찾다가 도서관에서 발견. 반드시 가야만해! 였지만 가보니 황량한 언덕. 가이드를 하려던 젊은 청년과 피크닉하던 터키 사람들, 그리고 한참 아래에 꼬물꼬물 보이던 유적 발굴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 넓은 대지에 혼자 뚜벅뚜벅... 하지만 좋았다, 정말로. 왠지 하루키 소설에 등장할 성 싶은 슬픈 표정의 아저씨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저녁으로 (모르고) 간요리를 시켜서 맥주와 함께 먹고, 너무 많아서 맛도 그저 그래서 남기고, 혼자서 도미토리 큰 방을 독차지하고 자다가..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