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범죄로 악명높은 나폴리지만, 그것 때문에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탈리아의 반을 놓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책임질 수 있냐 물으면 한발짝 물러서겠지만, 우리의 경험과 정서상 그렇다는 것. 적어도 폼페이와 아말피 해안은 놓치면 아쉬울 걸... 숙소에서 느긋하게 나와 9시 41분 사철 기차타고 폼페이로 출발. 한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폼페이엔 이미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데다 많이 걸어야 해서 여름에는 까딱하다간 쓰러질 수도 있겠다. 오기 전 책을 봤을 때는 그 규모를 예상 못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여행은 체력이다'란 표현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모든 거리를 다 보려면 한나절 꼬박 잡아야 한단다. 내가 아는 가장 원형이 잘 유지되고 가장 거대한 그리스-로마 유적. 멀리 베수비오 산이 보이고 그 재앙의 시간 곁에 있지만 비극에 쉽게 공감할 수 없겠다. 날이 너무 청명하다. 누군가의 종말이 누군가에겐 한낱 이야깃거리일 뿐. 길을 거닐다 전날 산 음료수에 나폴리에서 미리 산 빵으로 끼니를 때운다. 빵에 기름기가 너무 많다. 흠,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에 아랑곳않고 맛있게 먹는다. 자유가 아니고 가난한 백패커의 생존의 방식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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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허리를 두들기며 나폴리로 돌아오니 네시 반. 돌아오는 기차안 이상한 상황, 우리가 앉은 기차 칸에 이민자로 보이는 모녀가 들어왔다. 이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는 모습. 결국 열심히 수다떠는 엄마와 친구, 혼자 놀고 있는 딸 그리고 우리 둘만 남은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 이제 시내 구경을 가자. 역앞 광장을 가로지르는 고풍스런 트램에 타긴 했는데, 반대 방향으로 탔다. 다행히 얼마 안가 종점이라 다시 돌아 구시가 방향으로 간다. 아무 생각없이 종점까지 간다. 트램 타는 것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다. 종점에 내려서는 바다에 연한 공원 산책. 젤라또 사서 벤치에 앉아 나눠 먹으면서 주변 구경. 가족들이 모여 노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구나. 주당 근무시간 세계 순위권 대한민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겠지. 바닷가를 따라 걸어간다. 누워서 키스 삼매경에 빠진 연인들, 느긋하게 누워있는 고양이들. 막 결혼이 끝난 행복한 신혼부부, 구석구석 여유로운 분위기. Castel dell'Ovo 계란성에 가니 무언가 표를 팔고 있다. 무얼까, 기웃거리다 브로셔 보고 있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북페어라고, 우리랑 상관 없겠군 하며 계속 지나간다. 계속 걷다 보니 생선을 잘라서 파는 포장마차도 있고 - 횟집은 아니겠지?- 옥수수를 구워파는 포장마차도 있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 하나 사서 나눠 먹으며 버스정류장을 찾아간다. 도중에 와인 가게(enoteca)에 들러 와인 한병을 사고는 물어물어 버스정류장에 도착. 옆 안경점에물어보니 그 버스는 끊겼고 다른 버스 타라고. 고마워하며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옆에서 기다리던 할머니도 초조해 하는 상황. 배차 시간이 문제인지 교통체증이 문제인지... 결국 아까 내렸던 트램 종점까지 걸어가 트램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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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또 고맙게도 다들 식사 안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 마치고 사온 와인 나눠먹었다. 10유로 정도, 와인 초보가 마시기에 적당한 정도.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3만원 이상에 팔리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