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한가운데, Malta, 2006/04/05

2009. 8. 29. 22:51travels/유럽, 2006


섬에 도착하니 12시, 불꺼진 도시에 고양이만 우리를 반긴다. 처음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 문을 두드리니 방없다는 목소리만. 어쩔 수 없이 불켜진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그냥 저냥 이름만 호텔인 간소한 숙소. 낯선 장소에서 불안에 떨면서 노숙 안하는게 어딘가. 피곤해서 잠은 편히 잘 잤다.
 말타라는 곳은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섬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그레이엄 핸콕이라는 사람의 '신의 봉인'이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어서다. 가장 오래된 석조 건축물이 이곳에 있다. 사소한 이유로 코스가 결정된다.
 푹 자고나서 더 싼 숙소를 찾아 밖으로 나왔다. 크지 않지만 굴곡이 진 발레타 구시가 반대편으로 걸어가 다행히 빈 방이 있음을 확인. 부활절 휴가 때문에 방이 동났단다. 오래된 건물에 허름하지만 안락한 숙소. 다시 짐을 가지러 호텔로 향하는데 잡자기 허기가, 핑글 도는 것이 저혈당 증상이다. 짐챙기고 나와 가까운 식당으로. 스파게티로 요기, 시장이 반찬이다.
01234

 짐을 풀고 구시가 중심에 위치한 성요한성당에 들렀다. 그 유명한 성요한 기사단의 거점 예배당이었던 곳이다. 외양은 평범한데, 안에 들어가니 화려함의 극치. 기뻤던 것은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볼수 없었던 카라바조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살인 후 말타로 도망쳐 와서 그림을 그렸단다. '세례요한의 참수', 빛과 그림자의 활용과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 화가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 하고 지금 봐도 낡아보이지 않는다.
01234
01

 오길 잘했다, 흐뭇해 하며 밖에 나온 후 잠시 시내 구경을 더 하고 거석 유적을 구경하려고, Hagar Qim-'하자림'으로 발음됐나?-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가이드북에는 오래된 버스들이 많다 했는데 그사이 많이 폐기됐나 보다. 아주 낡지는 않은 버스를 탔다. 시가지를 벗어나니 건조한 흙먼지가 많이 흩날리는 전원 풍경. 삼십분 정도 가니 목적지에 도착. 거석 유적은 지금 우리가 보기엔 볼품없이 작다. 하지만 이 유적은 춘분점을 정확이 맞췄다 한다. 하여 춘분날 태양이 정확히 유적의 주축에 일치하여 올라온단다. 천문학의 작은 승리이지만,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경이로움의 큰 기쁨이었을게다. 유적도 유적이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도 아름답다.
0123

0123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작은 카페에서 간단히 술과 안주로 요기. 일찍 불이 꺼지는 이곳, 인구밀도 최고란다.

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