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2009. 8. 13. 02:02travels

 '빛이 있으라', 신이 없었으면, 말씀이 없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어쨋거나 창세기 1장의 창조의 중심은 빛이 아닐까, 생각하면 테러 당하려나?
 2004년 8월 태국에 놀러갔던 때, 남들 안가는 곳은 꼭 일정에 집어넣는 이상한 습성을 몸에 익히게 된 나는 난이라는 태국 북부의 작은 소도시에 들렀다. 평화로운, 느긋한 도시 여기저기를 바쁘게 돌아다녔고,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하겠다 확신하고 밤 마실을 나섰다. 강가 음식점에서 삼겹살인지 닭인지 기억이 안나는 안주에 싱하 맥주를 마셨고, 혼자 마시자니 생각보다 처량함이 느껴졌구나.
 숙소로 돌아오는 어둑어둑한 길에, 당당하게 빛나는 공중전화 박스를 보니, 서울에 두고 온 사귄지 얼마 안되는 여친 생각이 더 나고 전화를 걸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조절해야 했다. 그때 보고 싶었던, 대화 나누고 싶었던 여자친구는 오늘도 또 지른다고 몇년째 잔소리를 한다.
 예전 사진을 뒤적이니 그 날의 전화박스가 생각난다. 나니아에 가로등이 없었어도 루시는 툼누스를 어떻게든 만났을 것이고 당연지사 나니아를 구원했을 것이고, 전화박스 따위, 나는 어떻게든 이렇게 저렇게... 지금과 같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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