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보다 더 그리스적인, Agrigento, Sicilia. 06/04/09

2010. 1. 10. 02:32travels/유럽, 2006

  사실 무리한 일정이긴 했다. 왕복 여섯시간, 공휴일이라 버스도 적게 다니고. 원래는 아그리젠토에서 일박을 하려 했는데 카타니아 숙소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무리해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곳이었다.
 숙소에서 받은 쿠폰으로 근처 카페에서 빵과 카푸치노로 아침,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아그리젠토행 버스를 탔다. 세시간동안 보여지는 시칠리아는 낯설면서도 아름다웠다. 어디서나 보일듯 높이 솟은 에트나 화산을 배경으로 낮으막한 구릉과 초원, 그리고 드문드문 지나치는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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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해서는 너무 배가 고파 버스터미널 안 부페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너무 맛없다. 여행 최악의 식사라 할 정도. 그래도 꾸역꾸역 먹고 시내버스 타고 유적지, 신전들의 계곡으로 향한다. 이날까지 문화주간이라 입장료 무료. 하지만 입장료를 냈더라도 아깝지 않았겠다 싶다. 엄청난 규모의 공간에 여기저기 흩어진 신전들. Heracles 신전을 지나 가장 잘 보존된 - 우리가 갔을 때는 보수공사를 하고 있던 - Concordia 신전을 거쳐 언덕 맨 위에 있는 Hera 신전까지 슬슬 걸어 올라간다. 4월 초인데도 햇살이 너무 뜨겁게 내리쬐어 조금 지친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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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주변의 경치를 즐기다 슬슬 내려가야지 하는데, 오던 길 말고 오른 편 샛길로 들어가자고 경민을 꼬드겨 아무도 안다니는 호젓한 오솔길을 거닌다. 나중에 생각하니 아마 개인 농장이 아니었나, 마지막에 문이 잠겨 있어 울타리를 넘어 나왔으니... 바로 앞에 박물관이 있는데 하필이면 휴관, 경민에게 한소리 듣고 버스로 다시 시내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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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와 케잌을 먹고 느긋하게 몸을 추스리고 구시가를 잠깐 구경하는데, 이쪽도 꽤나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버스 시간표 때문에 금방 나올 수 밖에. 아쉬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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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때도 세시간 해가 조금씩 저문다. 지나치는 작은 마을에 Cinema Paradiso라는 가게가 눈에 띈다. 여기 여딘가에 '시네마 천국'을 촬영한 마을이 있다지. 토토와 알프레도를 생각하며 행복한 잠에 빠진다.
 숙소에 돌아오니 제니는 타오르미나 다녀왔다고, 너무 좋다고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팔레르모 포기, 타오르미나를 보자. 여행 스케쥴은 수시로 바뀌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