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안티를 누비다, San Gimingano/Siena/Arezzo, Chianti. 06/04/13

2010. 9. 2. 02:11travels/유럽, 2006

 민박에 큰 가방 맡겨놓고 간소하게 준비해서 키안티를 순회할 준비를 마쳤다. 일단 산지미냐노로, 어디서 타야할 지 몰라서 조금 헤메고, 중간에 한 번 갈아타는데 30분 정도 걸렸고. 그래도 기다리면서 오렌지 사서 까먹었다. '역시, 오렌지는 시칠리아가 최고야' 같은 대사 날리면서.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엔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만만찮다. 다음에 다시 갈 계획을 짠다면 투어로 하지 않을까...
 산지미냐노, 두 가문이 경쟁적으로 탑을 쌓았단다. 원래 이백 개에 지금은 열 네개가 남았다는 이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인한 자원 낭비가 오늘의 유명함을 만들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 훌륭한 관광지이다. 고지대에 이뤄진 성벽 안에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골목길을 거닐고 작은 언덕에 만들어 놓은 공원에서 노닐고, 반대편 언덕 구경하고... 미어터지는 관광객들 제외하면 괜찮은 곳. 점심은 2유로짜리 피자 한조각씩, 많이들 그렇게 먹는다. 바깥에서 버스 기다리다 경민 점퍼를 의자에 놓고 떠났다 ㅠ.ㅠ
 시에나, 큰 도시이다. 인구는 십만 남짓. 한 때는 피렌체와 자웅을 겨루는 사이였다는데. 작은 성당에 들어가니 정장을 입은 남녀가 여기 저기에. 무슨 면접이었나 보다. 여기는 나선형의 큰 길, 중간중간 가로지르는 골목, 걷다 보면 어느새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가게에서 벡스 한 병씩 사서 Piazza del Campo에 드러누워 마시면서 주변 건물 구경, 사람 구경. 여유있는 이탈리아 소도시의 삶에 약간 근접했나? 다시 몸을 추스리고는 대성당과 탑을 바깥에서만 구경했다. 이제야 점퍼가 사라졌다는 사실 확인, 길을 거슬러 점퍼를 찾으러, 헛되이...
 아레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너무 가보고 싶었던 곳. 숙소도 미리 전화해 이곳에 잡아놨다, Villa Severi. 시 외곽인데 마침 버스가 정류장 앞에 선다. 매표소는 맞은 편이고. 고민할 겨를 없이 일단 탔는데, 여기는 버스 기사가 돈을 못받는다. 아무 말 없는 기사 아저씨와 우물쭈물 어찌할 바 모르는 동양인 관광객. 예의바르게 '그라찌에, 짜오' 하고는 버스에서 내렸다. 용인된 무임승차. 길은 동네 놀던 아이들이 데려다 주었다. 숙소는 엄청나게 크고, 조금 낡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다락방이었다. 이미 해는 지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근처에서 식사. 관광객은 우리 뿐인 그네들의 식당, I Birbi. 스파게티와 스테이크, 아저씨가 골라준 맛난 와인. 있고 싶은 곳에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아주 행복했다. 인생이 아름다운 아레쪼의 숙소로 천천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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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미냐노, 유명한 관광명소라 한적함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돌아다니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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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의 광장, Piazza del Campo.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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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쪼의 숙소, 대저택을 개조했다는 론리의 설명에 넘어감. 실제 좋기도 하고 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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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만찬, 맛있기도 했지만 다 해서 삼십 유로가 안되는. 나설 때는 팁까지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