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6. 03:13ㆍtravels/대한민국 이곳저곳
초등학교 이후 한 번도 가지 않은 북한산에 가볼까 하였는데, 등산화를 안가지고 왔다. 괜히 무리하다 바윗길에 머리 꾸벅 인사할까봐 산행은 포기, 간단히 진관사와 삼천사에 다녀왔다. 늘 그렇듯 일 끝나고 송추에 있는 평양면옥에서 냉면 먹고 가겠다고 뮝기적거리다가 열시 가까이 되어서야 길을 나섰다. 송추에 도착하니 열시 십오분. 냉면집에 전화해보니 지금 냉면 된다고, 하지만 가게에 들어가니 삼십분 기다려야 한단다. 주변 산책하며 사진찍고 다시 돌아오는데 배는 고프고 날은 뜨겁고. 하지만 기다려서 먹어본 냉면이 내 입맛에 맞지않는다. 약간 시큼한 맛에 시원한 맛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캄보디아 씨엡립에서 먹은 북한음식점 냉면과 맛이 비슷하다.
여하튼 불만족스럽게 나와서 버스타고 구파발로, 구파발에서는 식사시간 무운행인 오직 한대 운행 버스 7724번을 타고 진관사로 들어간다. 가는 길은 뉴타운 아파트 공사가 한창. 예전에 갈 때는 완전 시골 느낌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 진관사로 올라간다. 평일 낮이라서 방문객이 많지 않다. 한시간 가량 있었는데 다섯 팀 정도 오간다. 유모차를 끌고 온 애기 엄마도 있다. 울 동휘도 좀 더 크면 같이 산책나오고 싶다. 절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입구를 지나쳐 들어가면 정면에 대웅전이 우러러보이게 서 있고 좌우에 건물들이 한채씩, 그리고 오른편 건물과 대웅전 사이에 나한전 독성전 칠성각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예전에 마셨던 물은 현재는 취식불가, 다른 건 하나도 기억없이 시원하게 물 마셨던 것만 생각나는데... 절의 분위기에 맞춰 천천히 천천히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피사체에 대해 탐욕스럽게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나 자신을 보자니 사진에 대한 욕망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최근들어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진관사 바로 아래의 전통찻집을 사진에 담고 삼천사로 향한다. 차를 마시는 것은 다음에 경민과 함께 왔을 때로 미뤄두고. 일주문 옆 산길을 따라 가는데 중간에 등산로로 잠깐 빠졌다가 다시 돌아내려 제대로 된 길을 간다. 삼천사까지는 약 삼십 분 남짓, 무척 더운 날씨라 삼천사에 오르자마자 포카리스웨트를 허겁지겁 빼 먹는다. 등산 길에 올랐으면 지쳐 쓰러졌겠다.
삼천사는 진관사와 다른 느낌, 고즈넉한 멋은 없지만 구조가 묘하다. 계곡을 끼고 만들어져서인지 계획없이 건물을 지은 듯 보이는데 그게 굉장히 멋지다. 물론 평일 낮의 삼천사도 침묵에 둘러쳐져 있다, 계곡 밑에서 간간이 들리는 훈련병들의 고함소리와 드물게 절에 들르는 무리의 대화가 가끔 침묵을 깨고 있을 뿐. 고려시대 마애불 구경하고 산령각 기웃거려 보고는 버스시간 맞춘다고 달려서 진관사 일주문 밑으로. 이렇게 가장 짧을 듯한 북한산 유람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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